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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gge Stuff

[🎄] 인간관계 - 실수

이런 이야기 따위 절대 쓸 것 같지 않는 테크 블로그에 왜 이런 주제의 글을 쓰게 됐는지 이야기해보자.

 

나는 네이버 블로그를 했다. 일상을 올리고 블로거 친구들과 공유하는 용도였는데 나만 취업 안되고 이기적인 생각이 자꾸 들어 때려치웠다. 

하지만, 나는 항상 내 이야기를 해야 하는 사람이다. 생각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고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책이다.


인간관계는 어렵다. 마음 속에 🔥가 적고 🙂 남들을 100번 배려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어려워한다. 특히나 나는 더욱 더 그렇다.

 

내 인간관계는 유치원 때부터 꼬였다. 초등학교 때에는 꼬인 매듭을 단단하게 하고 중학교 때에는 매듭을 삼켜버렸다.

 

나는 중학교 때 괴팍 쌈닭 girl이었다. 성격이 너무나도 괴팍해 친구들과 항상 싸워대 친구들, 가족들 모두가 참 많이 참아주었다. 그나마 공부는 잘해서 사립 기숙사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부모의 품을 벗어나 첫 발걸음을 내딛은 교실에는 친숙한 얼굴(Moon)이 있었다. 친구 사귀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참 반가웠다. 우리는 2살 때부터 알던 사이었고 초등학교 4학년 우리 집 이사 문제가 있었을 때 나는 Moon의 집에서 한 달을 신세진 적도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우리는 다시 친구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만 친구가 된 건 아니었다. 새로운 친구 Yeo도 있었다. Moon, Yeo 그리고 나는 급식을 함께 먹고 같이 놀며 일주일간 친한 무리가 되었다. Moon은 통학 버스를 타고 통학을 했다. 자연스레 통학 버스에 함께 타던 Fox와 친구가 되었고 어느 새 Fox는 우리 무리가 되어 있었다. 

 

Fox는 무슨 이유였는지 몰라도 나를 싫어했다. 내가 하지 않은 일에 내 이름을 붙이며 Moon, Yeo에게 혼란을 주었다. 혼란의 결과물은 나의 왕따로 나타났다. 친구들은 나에게 함께 급식을 먹으러 가자고 하지 않았다. 나는 급식을 먹는 대신, 화장실에서 울었다. 3일이 지나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확실하게 기억하는 것은 Yeo가 나에게 사과를 건넨 것이다.

 

Yeo의 말에는 두 가지 포인트가 있었다.

1. 오해해서 미안하다. Fox가 그렇게 말해서 나는 네가 정말 그런 줄 알았다. 사과하지 않고서는 너무 마음이 불편해 사과를 한다.
2. 내일부터는 우리 만나면 꼭 반갑게 인사하자. 나도 너를 반길 테니깐 너도 나를 반겨주었으면 좋겠다.

 

말했듯 나는 쌈닭이었다. 날카로운 신경에 거슬리는 것은 어떤 것이든 다 베어버렸다. 내 잘못에도 먼저 사과하는 법은 절대 없었으며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다. 사과를 받아본 적도 없다. Yeo의 사과도 그냥 앞에 서서 듣기만 했을 뿐, 나는 Yeo를 피해 다니기 급급했다. 다음날 아침, 조식을 먹고 교실로 가는 계단에서 Yeo를 마주쳤다. 나는 당연히 무시하고 지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Yeo는 나를 무시하지 않았다. 

 

안녕! 어디가? 오늘 기분 좋아보인다~

 

아무리 날카로운 나였어도 이런 호의를 지나치기는 쉽지 않다. 그 정도로 X 년은 아니라... 나도 비슷한 말로 대답을 해줬다. Yeo의 이러한 행동은 나에게 지나친 인상을 남겼다. 진심 어린 사과와 본인의 실수를 만회하려는 행동으로 먼저 다가와준 것은 나를 존중한 행동이었다. 이는 나를 며칠 간의 우울감에서 꺼내 주었다. 

 

모두가 실수를 할 수 있다. 내가 주체가 아니어도, 가벼운 실수여도, 심각한 실수여도, 어떠한 실수든 언제나 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실수라는 말이 왜 생겨났겠는가. 실수를 하고 나면 무언가 안 좋은 쪽으로 바뀔 것이라는 불안감, 죄책감, 후회가 밀려온다. 그것이 당신이 사람인 이유이다. 모두가 실수를 눈 감고 넘어가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똑똑새인만큼 다른 사람들도 똑똑새고 결국 다 알아차린다.

 

난 내가 한 실수는 후련하게 짚고 넘어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의 친구들이 많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우리는 참 대화를 시작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불편해한다는 생각이 든다. 실수한 마당에, 어차피 믿을 구석도 없는 상황이면 대화의 힘을 믿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불편한 대화를 시작하는 게 두렵다면 이것은 꼭 알아두자. 나만 불편한 거 아니다. 내가 실수한 사람이던, 실수를 당한 사람이던 둘 다 굉장히 불편한 자리이다. 내 잘못이라면 사과를 건네고 사과를 받는 입장이라면 어느 정도 기본 값의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자. 물론 예외는 있으니 항상 너그러울 필요는 없다.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내 사과를 안 받아주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은 제대로 사과를 안 해서 찔리는 마음, 실수의 심각성의 정도, 상대방의 성격 등 복잡한 요소에 의해 드는 생각이다. 사과를 제대로 하지 않았으면 제대로 사과를 하고 대화로 풀지 못할 만큼의 심각성이면 어떠한 방법이라도 풀지 못할 것이고 내가 상대방의 성격을 편향되어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자. 사과 후에는 제대로 된 행동을 하자. 가벼운 생각으로 계속 실수를 저지른다면 그건 방법이 없다. 논어를 읽으며 고전의 지혜를 적립하는 수밖에.

 

진실된 인간관계에서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마음이 편안한 관계, 그것이 보통 전부이다. 그리고 그것이 참 어렵다.